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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즌 앞 맛보는‘햇전어’, 경남-회·서해-구이·전라-무침회 식도락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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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 음식전문기자
  •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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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기자의 푸드로드] 팔도 전어 열전

전라도권에서 즐기는 전어 무침회(왼쪽). 서해안권에서 9월 하순부터 10월 초에 잡히는 전어로 잘 해먹는 전어구이.
남해안권 최대 전어포구로 알려진 전남 광양 망덕포구의 전어배들.
망덕포구 옆 선소마을 입구에 조성된 전어 조형물.
역시 전국에서 가장 억센 사투리를 가진 부산. 여기 식도락가들은 특이한 전어요리를 즐긴다. 최원준 시인이 소개한 전어대가리다짐회도 일품이다. 대가리를 쫑쫑 쪼아서 된장에 푹 찍어 먹는다. 대가리를 칼로 곱게 다져 초장에 비벼 먹는 ‘전어다짐회’ 역시 육지에선 맛 볼 수 없는 별미다. 몸통은 회 뜨고 남은 대가리는 구워서 먹었다. 지천으로 널린 주변 갈대를 꺾어 불을 피운 뒤 갈대 밑동으로 전어 대가리를 꿰어서 구워 먹었다.

어떻게 보면 비만증에 걸린 피라미같기도 하고 은어·숭어·붕어·청어를 교접해 놓은 것 같다. 청어과에 속하는 밴댕이는 전어와 비슷해서 언뜻 보면 헷갈릴 수가 있다. 밴댕이의 등쪽은 밝은 푸른색을 띠고 배쪽은 흰색이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전어는 등이 누런빛을 띤 짙은 청색이며 배쪽은 은백색이다.

7월16일. 전어 마니아는 매년 이날을 학수고대한다. 5월1일부터 7월15일까지는 전어를 잡지 못하는 금어기라서 그렇다. 여름에 잡히는 전어지만 이제 세인들에겐 ‘가을전어’가 고유명사가 돼 버렸다. 이 생선 때문에 남해안 가을은 7월부터 시작된다고 해야 될까. 미식가들은 한겨울에 설중매를 찾듯 불볕더위 속에서 남보다 먼저 햇전어를 맛 보려 한다. 흥미롭게도 2008년부터 울산 태화강 하류에서는 5월 하순에도 전어가 잡혔다. 워낙 살이 쪄 강태공들에겐 ‘떡전어’로 불린다. 원래 떡전어를 독점하는 도시는 경남 진해다. 진해는 지난해 떡전어축제를 기획했다.

진해 떡전어 이야기
겨울에 잡히면 고등어처럼 몸집 커져
포항 죽도시장∼서해 보령 무창포 벨트
경남 유통량 75%, 양식 이후 전국화

떡전어, 그 유래가 흥미롭다. 조선시대 한 관리가 산란기 전어를 못 잡도록 하자 이에 항거하는 한 어부를 참하려는 찰나 바다에서 전어떼가 뛰어올라 ‘덕(德)’자를 그렸다고 한다. 그곳이 내이포, 지금의 진해 옹천 지역. 그때부터 거기서 잡힌 전어를 ‘덕전어’로 불렀고 그게 떡전어로 변하게 된다. 진해만 전어는 썰었을 때 핏빛이 진한 게 특징이다. 떡전어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에서 창원시 진해구 수도·연도·괴정 마을에 이르는 진해 앞바다에서 주로 잡힌다. 부산신항 연안을 포함해 영양분이 많은 이 일대의 갯벌은 물고기 서식과 산란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떡전어가 일반 전어에 비해 크고 튼실한 것도 이런 서식환경 덕분이라는 게 어업인들의 주장이다. 전어가 남해와 사천 등에서 동해 쪽으로 이동하면서 굵어진 데다 겨울을 나려고 먹이를 많이 섭취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가끔 전어철에 안 잡혔다가 겨울에 잡힌 놈은 고등어처럼 몸집이 커진다. 이것도 떡전어로 분류된다.

현재 전어벨트는 동해안권은 포항 죽도시장에서부터 남해안을 찍고 서해안 보령 무창포까지 펼쳐져 있다. 난류성 어종인 전어는 수온 상승에 따라 서해안까지 확산됐다. 가을 전어는 2000년대 초 전어를 수족관에 보관하는 방법이 개발된 데 이어 2004년부터 양식이 가능해지면서 전국으로 유통됐다. 경남지역에서 잡히는 전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경남은 전국 유통량의 50~75%를 책임지고 있다. 양식은 전라도, 충남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들쭉날쭉한 양식전어
자연산보다 출하 늦어 선호도 떨어져
동해-금빛, 남해-은빛, 양식-거무튀튀



양식 전어가 절정을 보인 시기는 2006년이다. 전국에 181곳이나 있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단 한 곳뿐이었다. 그만큼 양식전어는 자연산 전어와 경쟁해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전어 양식장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바다를 막아 전어를 기르는 축조식이 대부분이다. 양식 전어는 5월에 들여다 키워서 10~11월에 출하한다. 출하시기가 자연산 가을 전어(9~10월)보다 1개월 늦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자연산 전어는 1세어부터 3세어까지 잡히기 때문에 1년가량을 키운 양식보다 크고 맛있어 보여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자연산 전어 값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으니 악덕상혼은 타이밍을 봐서 양식산을 섞어 팔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인은 둘을 구별할 수 없다.

전어도 해역마다 빛깔이 각기 다르다. 크게 보면 금빛과 은빛으로 대별된다. 동해쪽은 검은 금빛, 낙동강 하구쪽은 금빛, 경남 남해안은 은빛, 양식은 거무튀튀하다. 지역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다르다. 경남산은 회 맛이 좋고 서해안산은 구이 맛이 최고다.

전라도권은 유달리 무침회를 즐긴다.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 어시장 뒤편 한정식 집에 가면 색다른 전어무침을 만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방풍나물과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풍을 막아 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것에 전어무침을 싸서 먹으면 색다른 맛이 있다.

전어를 잡는 방식도 여럿이다. 어망을 전어 다니는 통로에 커튼처럼 드리워 놓았다가 거기에 걸린 걸 직접 손으로 빼낸다. 두 대의 배가 유자망을 풀어 고기를 걷어올리기도 한다. 마지막엔 유도식인 정치망 어법이 있다. 둘째 방식은 남해, 첫·셋째 방식은 부산 하구 전어배들이 즐기는 방식이다.

햇전어 이야기
경남 사천, 금어기후 바로 잡아 첫 축제
삼천포, 수온 높아 맛도 일찍 드는곳


바닷가쪽은 7~8월 하절기가 전어 제철이다. 9~10월은 일반인들이 덤벼드는 가을전어 시즌이다. 햇전어 메카 중 한 곳은 경남 사천시 서금동 팔포음식특화지구. 금어기가 해제된 뒤 바로 잡히는 전어로 전국에서 제일 먼저 개최되는 전어축제다.

전어는 삼천포에서부터 시즌이 터진다. 수온이 높아 전어 맛이 일찍 들기 때문이다. 삼천포 사람들은 삼천포항을 기준으로 바다를 둘로 나눈다. 거제·진해 쪽은 ‘동쪽 바다’, 그 반대 남해안 일대는 ‘강진만’이다. 어느 쪽으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전어 집산지일 수밖에 없다. 삼천포항으로 들어온 전어는 서울·부산·마산·통영 등지로 나간다.

경남 진해도 전어와 관련한 발언권이 있다. 진해만은 고요하다. 태풍이 오면 피항하는 곳이다. 물살이 세지 않다 보니 이곳 전어는 뭉텅하고 살이 올라있다. 떡처럼 통통하다. 진해에서는 주로 소형 어선이 행암만 일대에서 전어를 잡는다. 이곳에는 진해 해군통제수역에서 흘러나오는 고기가 제법 된다. 그래서 진해 어민들은 해군통제수역을 ‘전어 양어장’이라고 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전어를 넘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어민·해군 간 ‘전어 전쟁’이 끊이질 않는다.

전남 여수도 여름 전어 고장이다. 8월이 되면 소호동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유리문에 전어 문구가 걸린다.

서해산 전어 남해산 전어
남해, 활동량 많아 육질 탄탄 고소한 맛
수도권 유통 상당수 서해서 난 양식산


전어는 서해와 남해로 나뉜다. 서해 사람은 서해산 전어가 맛있다고 하고 남해는 반대다. 객관적으로 따지면 남해산 전어를 더 쳐준다. 활동량이 많아 육질이 탄탄할 뿐 아니라 지방질이 뭉쳐있지 않고 몸 전체에 골고루 퍼져 고소한 맛이 더 난다.

수도권에서는 남해 산 전어를 구경하기 힘들다. 대부분 서해에서 난 양식이기 때문이다. 수족관에서 은빛 찬란함을 자랑하며 생동감 있게 헤엄치는 전어는 거의 대부분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자연산은 도심의 수족관에서 버텨내지를 못한다.

양식 전어는 자연산에 비해 배가 아래로 처져서 전체적으로는 넓적해 보인다. 움직임은 적은 반면 배합사료를 먹고 급성장해서 그렇다. 양식은 등쪽에 불그스름한 지방부위와 육질의 구분이 선명하지만 자연산은 구분이 모호하다. 자연산 전어는 붉은색이 육질에 파스텔톤처럼 감돈다. 한눈에 보더라도 아름다운 느낌이 난다. 양식전어가 약간 무른 느낌이라면 자연산은 탄탄하다. 식감이 좋다는 얘기다.

망덕포구·술상전어마을
섬진강 하류 남해안권 최대 전어포구
망덕 비해 식감 차지고 비릿함 덜해


경남 창원에서 진주를 지나 전남 순천방향 고속도로로 1시간30분여 가다 진월IC로 빠지면 근처에 망덕포구가 있다. 섬진강 하류 망덕포구는 강 건너 하동과 마주하고 있다. 강물이 불었을 때는 하류에서 잡히고, 가물면 하동읍까지 오른 바닷물을 따라 전어가 올라간다. 10대를 이어 사는 박창오씨도 활어회를 처음 시작한 이로 알려져 있다. 전어 등과 배 사이에 노르스름한 부분이 있는 것이 망덕포구 전어의 특징이란다.

망덕포구에서 섬진대교를 건너 19번 국도를 따라 해안쪽으로 30분여 가면 오른편에 술상전어마을 입간판이 보인다. 마을로 들어가 포구까지 내려가면 ‘술상전어마을공동판매장’이 나온다. 술상 앞바다는 맞은편 사천과 아래 남해에 둘러싸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민물 영향이 큰 망덕전어에 비해 식감이 차지고 비릿함이 덜하다.

경남 남해 선소마을은 일명 ‘원조’ 전어마을이라 부를 만하다. 1948년생 유문옥씨는 할아버지와 전어를 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니, 어림잡아도 100년은 넘는다.

윤동주 유고 시집을 보존한 정병욱 가옥을 찾아서 전남 광양 망덕포구로 향했다. 정병욱 선생은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후배로, 윤동주의 시를 보존하고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정병욱 선생 덕분에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진월면 선소리 무접도에서 출항대기 중인 전어 잡이 배에 오른 선원들이 찍혀 있습니다. 배 뒤편으로 돌로 만든 제방이 이어지고 그 뒤편으로 초가집들이 바다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1960년대 이야기다.

대구에 등장한 첫 전어
우럭·광어·도다리 흰살생선 대세
효목동 일출횟집 등 초창기 멤버


대구에 첫 전어는 언제 등장했을까. 얼추 2002년 어름인 것 같다.

동구 효목동 일출횟집 본점, 그리고 남구 대명동 앞산네거리 근처에 있는 통큰횟집 등이 대구 전어의 초창기 멤버다.

통큰횟집 김영철 사장은 “2000년쯤 달서구 죽전동에서 ‘해뜨는 날’이란 횟집을 운영할 당시 대구에는 전어 마니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워낙 우럭·광어·도다리와 같은 흰살 생선이 대세였다. 전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맛을 보라며 공짜로 내놓기 시작한 게 전어였다. 그런데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언론에 다크호스 생선으로 대서특필되기 시작한다.

글·사진=이춘호 음식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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