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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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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섭기자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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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불편한 ‘형 바라기’정신연령 다섯살 동구…서로 수족되어 한몸, 두 남자의 따뜻함에 매료”

정신연령이 5살인 동구는 몸이 불편한 형 세하(신하균)의 수족이 되어 20년 동안 한몸처럼 지내고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찰떡처럼 알아내며 곁에 없어서는 안 될 ‘특별한 존재’가 됐다. 이광수는 그런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세하 만을 바라보는 ‘형 바라기’ 동구를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한 그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 또 그 사람들이 내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광수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작품에 임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코믹 이미지 때문에 캐릭터가 희화화돼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부딪혀 보기로 했다.

동구는 연기적 접근이 그리 녹록지 않은 캐릭터다. 말보다는 행동과 표정, 눈빛으로 자신의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 점에서 앞이 훤히 내다보이는 길보다는 조금은 힘들고 지치더라도 가보지 않은 길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는 이광수의 남다른 열정과 제대로 부합한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형제愛 감동
시나리오 읽는 내내 눈물 멈추지 않아
가족·연인·친구 더 소중하게 느껴질것

코믹이미지 우려, 감독님 본 후 자신감
실화 모티브, 새롭게 캐릭터 만들며 연기
말보다 행동·표정·눈빛 순수 감정 표현

현장 챙기는 신하균 형에게 많이 배워
결과보다 매일 행복하게 사 는것 중요시
10년차 선배 배우로서 뿌듯하고 꿈 같아



▶출연 결정에 앞서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정말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다. 아직은 내가 코믹적이고 재미있는 이미지가 크다 보니 자칫 캐릭터가 희화화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감이 있었다. 특히 장애를 갖고 있거나 장애우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됐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감독님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심어 주었다. 평소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라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 좋게 봐줄 것 같다는 믿음도 생겼다.”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만큼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나.

“그렇다. 너무 하고 싶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같이 서로에게 한 몸이 되어주는 형제의 모습에서 진심이 담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장애우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이 위로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들 각자 살아가는 모습을 희화화 하거나 과장되지 않게 그렸고, 신파가 없다는 점도 좋았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장애우들의 특정한 행동과 표현을 이번엔 설정하지 말자고 감독이 주문했다는데.

“그래서 기준점을 잡는 게 힘들었다. 미리 준비를 하면서도 감독님이 생각하는 게 어느 정도인지, 내가 하는 게 덜 하는 건지, 더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첫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이 지금 톤으로 끝까지 가면 좋겠다고 기준점을 잡아주었다. 그 기준점을 말로 설명하기가 좀 애매하긴 한데,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표정과 동작을 조금씩 덜어냈다고 보면 된다. 사실 그것마저도 되게 미묘하다. 아무튼 초반에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그게 도움이 됐는지 촬영을 하면서는 감독님이 의도하는 것을 차츰 이해하게 됐다.”

▶10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 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씨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준비과정은 어땠나.

“실존인물이 있으니까 한 번 만나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감독님은 그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가져온 거지 연기까지 그들처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장애우를 다룬 기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는 하균이 형과 계속 얘기를 하며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시사회 때 최승규씨가 초대돼 오셨는데 기분 좋게 본 것 같았다. 특히 법정신에서 많이 공감했다고 들었다.”

▶동구를 연기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이 동구의 순수함은 끝까지 유지하라고 했다. 동구는 대사가 많지 않아서 순수한 감정을 행동이나 표정, 눈빛으로 표현해야 했다. 촬영 전 동구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낄까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세하와 동구는 20년 동안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관계다 보니, 형의 휠체어를 밀거나 형을 안아주는 모습 등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하균 배우와의 관계도 돈독해졌을 것 같다. 그(신하균)의 나이가 되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예전에 군대 외박을 나와서 처음 본 영화가 ‘웰컴 투 동막골’이었다. 그 영화를 보고 되게 감명받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하균이 형이 되게 어렵고, 옆에 같이 있는 게 신기했다. 형이 낯을 가리는 편인데 나도 그렇다. 그래서 서먹서먹함을 없애려고 형이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다. 자주 만나서 얘기를 나눴고, 전화 통화도 자주했다. 그러면서 금세 가까워졌다. 특히 형이 현장에서 후배를 대하는 태도라든지 스태프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 취향도 서로 비슷해서 촬영이 끝나면 형이 알고 있는 맛집을 탐방하고,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많이 걸어다녔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측은함과 동정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게 연기적으로 큰 장점일 수 있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중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측은함 때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예전에 성동일 선배님이 그런 걸로 칭찬을 많이 해줬다. 단순히 재밌는 신인데 내가 연기하면 그냥 재밌지 않고 페이소스가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때문인지 확실히 안티팬은 적은 것 같다.”(웃음)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결과까지 좋다면 더 행복하겠지만 크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그보다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게 더 소중하다. 나중을 위해 지금은 참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지금이 행복해야 나중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작업들도 결과보다 소중한 건 좋은 분들과의 인연이다.”

▶하루하루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살다보면 난관에 부딪히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

“내가 좀 긍정적이다. 안 좋은 일은 가급적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신경쓰고 고심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변화되는 건 별로 없다. 본인만 힘들어질 뿐이다. 가볍고 단순한 게 좋다. 원래 성격도 그런 편인데 이 직업을 갖다보니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됐다.

“솔직히 내가 10년 차 배우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보던 형들과 언제나처럼 똑같이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인성이 형은 그 때나 지금이나 인성이 형이고, 그 부류의 만남에서 나는 언제나 막내다. ‘런닝맨’에서도 (양)세찬이와 (전)소민이가 새로 합류했지만 형들과 (송)지효 누나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나는 영원한 동생이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는 것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가끔 내 필모를 보거나 어린 후배들이 인사를 할 때 나도 이제 선배의 위치가 됐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연기적으로 더 많이 성장하고 노력이 필요하지만 선배로서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는 게 어떨 때는 되게 뿌듯하고 꿈만 같다.”

▶‘런닝맨’ 역시 10년간 고정출연하고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매회 어떤 상황이었는지 방송에 나오지 않는 것까지 포함해서 모두 기억이 난다. 그만큼 ‘런닝맨’은 나의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런닝맨’ 할 때는 순간적으로 몰입이 잘 된다. 생각이 많아서 평소엔 많이 거르고 순화해서 말하고 행동하는데 ‘런닝맨’ 할 때는 그러지 않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형들이 다 받아주고 재밌어하고 예뻐해주니까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예능인과 배우 사이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해본 적은 없나.

“예전에는 많이 생각했다. 누가 개그맨이라고 하면 ‘아닌데’라는 생각에 연기자의 모습으로 그 분들의 생각을 바꿔놓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더 많이 지나더라도 어떤 분들에겐 ‘런닝맨’의 이광수로 끝까지 남을 수 있고, 어떤 분들은 배우 이광수로 보기도 할 것이다. 내가 그분들의 생각을 바꿔 놓을 수도,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나대로 ‘런닝맨’에선 최선을 다해서 웃음을 선사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선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면 된다. 예능인과 배우로 불리는 건 어떻게 보면 되게 감사한 일이다.”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때 미술을 했다. 우연찮게 극단에 들어가게 되면서 연기자에 대한 꿈을 가졌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 동생이랑 대본 짜서 친척들 앞에서 연극을 선보이곤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봐주고, 내 모습에 집중하는 게 좋았다. 극단에 있으면서 입시를 준비했고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 데뷔한 CF가 ‘20살의 쇼’다. CF 속 여러 명의 공대생들 중 하나인 서브 역할이었는데 내가 키도 크고 재밌게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감독님이 나를 맨 앞에 세우셨다. 그게 인연이 되서 ‘그분이 오신다’라는 시트콤으로 시작해 지금 이 자리에 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운이 좋았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신뢰받는 배우다. TV나 스크린에서 아무리 이해 안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이유가 있겠지’라며 자연스럽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배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하면서 나 스스로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말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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